[독서] 팔순에 한글공부를 시작했습니다_어르신들의 한글배우기

[독서 2] 팔순에 한글공부를 시작했습니다_어르신들의 한글배우기

 

제목 : 팔순에 한글공부를 시작했습니다 / 지은이 : 박재명 / 출판사 : (주)카시오페아 / 발행일 : 2019년 7월 23일

 

 

책을 읽고 마음에 남는 것이 많아 글을 길게 썼는데, 무엇이 문제인지 임시저장도 안되고 글이 사라져버렸다. 순간 당황해서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. 다시 쓰려고 하니 쉽지가 않다.

 

이 책은 한글교실에서 한글을 배우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. 글자를 모른 채 평생을 살면서 겪었던 서러움과 어려움을 드러내고, 한글을 배우면서 달라진 그 분들의 마음과 생활을 보여준다.

 

학교를 다니는 게 의무인 시대에 살았던 나로서는 이 분들이 어떻게 삶을 사셨을지 처음에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. 막연히 힘드셨겠구나 하는 정도일 뿐 피부로 와 닿지는 않았다. 그런데 글을 읽어가면서 글을 모르는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, 글을 배울 수조차 없었던 환경이 얼마나 서러웠을지 아주아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.

 

- 서명하라고 한다. 어떻게 하라는 건가. 은행과 동사무소를 방문할 때마다 걱정과 두려움으로 남편과 자식들 등 뒤에서 살았다. (장금자 님의 「서명 중에서)

- 눈뜬장님으로 결혼해 군에 간 남편에게 편지 한 장 못했다. 그 먹먹한 가슴 누구에게 말할까? (박달막 님의 「늦은 편지」 중에서)

- 어린 시절 내가 없으면 소를 키울 수 없었다... 소야 너는 풀을 먹으니 기분이 좋지? 나는 너무 아프다. 울고 싶다. (박화일 님의 「소 때문에」 중에서)

- 나는 글을 배우고 싶었다. 한이 되었던 꿈을 이제는 이루었다. (이재금 님의 「이제는」 중에서)

 

은행에 갈 때마다 손을 다쳐서 글을 못 쓴다고 했다던 어르신도 계셨고, 자신은 갈 수 없는 학교에 가는 친구들을 보며 펑펑 울었다던 어르신도 계셨다.

 

그랬던 분들이 한글을 배우게 되자 병원에서 당당히 내 이름을 쓸 수 있게 되고, 노래방에 가서도 가사를 보며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하신다. 천국이 따로 없다며 천하를 다 얻은 기분이라고 하신다. 고목나무에 꽃이 피었다고 좋아하신다. 평생의 한이었던 한글을 배우고,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속에 꽁꽁 감추었던 응어리를 풀어내신다. 이러한 과정을 한글교실 선생님인 박재명 작가는 한풀이라 표현하기도 했다.

 

이 책은 참 따뜻한 책이다. 가볍게 쓱쓱 읽히면서도 마음에 콕콕 박힌다. 오늘도 한글교실에서 공부를 하셨을 어르신들을 응원하고 싶고, 어떤 한글수업을 할지 고민하셨을 박재명 작가님께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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